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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의 작은 위로 - 에피톤 프로젝트 (2012) 본문

어제까지의 세계/낯선 시간

출퇴근길의 작은 위로 - 에피톤 프로젝트 (2012)

우엉군 2012. 6. 30. 13:05

 

    요즘 친구들을 살펴보면 직장인 사춘기를 겪는 친구들이 적지 않습니다. 30대 초반이면 벌써 몇번을 겪었을테고, 거기에 아빠가 되면 초월할 법도 한데 어쩔 수 없는건 어쩔 수 없는가 봅니다. 하긴 피할 수 있다면 누구나 피하고 싶겠죠. 그 납득할 수 없는 거북한 감정들을 말이죠.

    거기에 오늘이면 한 해의 절반을 흘려보내는 셈이니 그 초조함도 무리는 아닙니다. 여자 나이 29처럼 30대 초반의 남자들도 자신의 인생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많은 고민과 몇 개 남지 않은 선택지 사이에서 숨가쁜 50미터 왕복 달리기를 합니다. 20대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들여놓을 때와는 상황도 조건도 다른 아주 불리한 갈림길이죠.

    누구나 알고 있듯이 길은 결국 자신 안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차분하게 내면의 자아를 만나기란 쉽지 않죠. 초조하거든요. 나이는 찼고 결혼했고 모아놓은 돈은 없고... 그래도 어쩝니까. 그 길 가지 않으면 죽을 거 같은데. 그리고 그렇게 2~3 차례 찾아온 길을 외면하면 어느 순간 내 안에서 사라지고 마는데...

 

수많은 사람과 길이 교차하는 광화문 사거리

 

    그래서 이럴 때는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친구들만큼이나 차분한 위로를 건네는 친구들도 무척 중요합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 때는 연애하듯 회사를 선택하라 했습니다. 그리고 결혼하듯 평생직장을 결정하라 했었죠. 돌아보면 꽤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적어도 처음은.

    하지만 직장과 결혼한다는 것은 달갑지도 않거니와 요즘같은 시대엔 원해도 불가능합니다. 글로벌 위기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요즘 시대에 직장이 버텨내질 못하거든요. 황혼이혼은 베이비붐 세대에나 가능했던 직장관입니다. 그러면 평생직업을? ㅎㅎ 더 모르겠습니다. 다만 무엇이 되었건 다시 사랑하고 고백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30대 40대에 더 필요한 것, 그것은 아마도 '사랑'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웩)

 

에피톤 프로젝트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말이 길었네요. 2012년 6월 마지막 주, 저를 깊고 슬프게 위로했던 <에피톤 프로젝트>의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소개합니다. 우린 늘 같은 길을 오가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이 앨범을 들으면 플랫폼도 거리도 가로등도 조금은 이국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익숙한 공간보다도 익숙한 시간을 낯설게 하죠.

    뜨겁게 추억할 수 있는 눈부신 시절이 남아준 것에 대한 감사함(다음날 아침), 모든 게 빛을 바래도 변하지 않은 우리의 음악(우리의 음악), 11년을 건너 꿈을 꾸던 시절의 자신을 만나는 설레임(이제 여기에서)... 그런 오래전의 소중한 감정을 만나는 장마 첫날 되시길 바랍니다. 우엉우엉.

 

#1. 다음날 아침

아릿한 건 시간뿐이 아니야
수많은 날이, 산산이 부서져서
얼마나 오래 지쳐 잠들었는지
눈을 떠보니 새로운 아침이
혹시라도 꿈을 꾼 건 아닐까
수많은 날이, 산산이 부서지는
커튼 사이로 눈치 없는 햇볕만
눈을 떠보니, 오늘 이 아침이
그래, 그래도 참 반갑구나 했어
난 너에게 아무 말도 못했지만
그래, 그래도 참 다행이라 한 건,
그 시절이 남아줘서
아파할 건 서로에게 맡기자
수많은 날이 다시 찾아 올 테니
조금 기다려 머지않아 이곳에
눈을 떠보면 다음날 아침이

 

 

#2. 우리의 음악

유난히 길었던 계절이 가고
아쉬운 봄의 끝에서
우리가 처음 만난 걸, 기억해
말투와 글씨를 알아나가며
그대가 좋아한다던
음악을 듣고 다닌 걸 기억해
그대여 사랑을 미워하진마
우리가 함께했던 계절을
때로는 눈부시던 시절을
모든게 조금씩 빛을 바래도
우리가 함께 듣던 노래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면
그대가 듣던 음악을
다시 또 듣고 있겠지, 오늘처럼 

 

 

#3. 이제 여기에서

우연히 들은 소리를 괜히 흥얼대듯
무심코 접한 한 줄의 글에 이끌리듯
손닿은 모든 것들이, 시간에 바래지 않길
나는 너에게 진심을 다해 말해
너를 끌어안고 순간에 맺힌 기억,
열 한 시간을 건너 이곳까지 널 찾아왔어
어떤 모습일지, 잊혀 지진 않았을지
이제 여기에서 어떤 말들을 시작할까?
너를 끌어안고 시간을 담은 기억,
오래 망설였지만 이렇게 난 널 찾아왔어
나를 반겨주길, 환하게 웃어주기를
이제 여기에서 어떤 말들을 시작할까?
꿈같던 시간의 끝에
희미한 너의 모습이
나는 너에게, 다시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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