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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어차피 만나게 될 만화는 어떻게든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년 주변에서 최규석 만화가의 을 보라고 그렇게들 추천을 했는데 한 귀로 흘렸더랬죠. 봐야할 녀석들이 줄을 섰었거든요. 그런데 지난주에 시사인에서 웬 별책부록을 하나 보냈길래 익숙한 그림체가 있어 무심히 펼쳤더니... 프롤로그 하나로 그만 송곳의 마수에 걸려 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결국 달렸네요. 송곳과 함께하는 '노동자 권리 찾기 가이드북' (시사IN 별책부록, 가치있는 건 항상 비매품) 솔직히, 옆구리 찌르는 만화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만화를 덮었을 때의 후유증이 꽤 버겁거든요. '나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라는 아주 떨떠름한 찌꺼기는 그야말로 처치곤란입니다. 식혜 마시고 남은 밥건더기 같은... 그에 비해 과 동류의 영화 는 ..
지난 4월, 서울에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Karl Polanyi Institute Asia; KPIA)가 개소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1988년 캐나다 본부, 프랑스 유럽본부에 이은 세 번째 연구소이자 아시아본부라는 타이틀은 묘한 자부심마저 불러일으키더군요. 그 와중에 본부와 달리 '정치경제연구소'가 아닌 '사회경제연구소'로 명명한 부분 또한 재미있는 포인트였습니다. 소식과 함께 달려갔으나 업무시간 종료, 방문은 다음을 기약합니다. 경제사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 1886~1964)와의 만남은 5년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을 구체적인 직업의 형태로 가져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고, 닥치는 대로 책을 파며 사람들을 만날 때였습니다. 그 때 흘러흘러 만나게 된 책이 칼 ..
현대 정치사상 거장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1906-1975, 독일출생 유태계 미국인)는 의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으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앞서 출간된 이야말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통찰과 지혜가 가득 담겨있습니다. 노동과 작얼을 구분해낸 그녀의 날카로운 집도는 노동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오늘날 우리가 처한 곤경과 그 근원을 파헤칩니다. 아렌트는 '노동'에서 출발합니다. 그녀가 바라보는 '노동'은 생존의 긴박성과 필연성에 갇혀 오히려 초라해 보일 지경입니다. 그런 평가가 노동하는 모든 사람을 평가절하하고 무기력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적나라함이 그녀가 '노동'의 다음 단계인 '작업'과 '행위'로 나아가는 당위와 힘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노동이 생존을 위한 긴박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