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활동가 사개월 - 인턴과 함께 성장한다 본문
2월 중순까지 정신 없이 달리고 돌아보니 옆자리가 비어 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인턴 친구의 자리였다. 2016년말 "시티은행-경희대학교 NGO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에너지 넘치는 인턴 친구를 만났다. 8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친구와 참 많은 일을 해냈다. 굵직한 프로젝트를 하나 해치웠고 중간중간 갈증이 있던 다양한 실험과 업무를 쳐낼 수 있었다. 등 뒤를 맡기고 일한다는 느낌이었달까?ㅎ 또 다시 한 달이 흐르고 중요한 출장과 미팅을 마치고나니 문득 많이 그립다.
기업에 있을 때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저 일상의 하나였다. 비즈니스 세계에 사람이란 돈이 오가듯 쉽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NGO의 세계에서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무척이나 드물다. 그래서 순간 스쳐지나갈지라도 허투로 할 수가 없다. 특히나 우리같이 작은 단체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 단체를 알 정도면 정말 많이 공부하고 고민할 수 밖에 없으니까. 예전에는 대표님이 그 자리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제안을 통해 어떻게든 교집합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이 의아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모든 만남이 너무나 소중한거다. 특히나 먼저 찾아온 분들은 더더욱 그렇다.
다시 인턴 이야기로 돌아가면, NGO에게 있어 인턴은 단순히 업무를 보조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은 단체의 사명과 시야를 리셋하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비해 우리네 NGO나 비영리기구의 서비스라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인간"과 "자연" 중심이기에 문턱이 높지 않다. 우리가 태어난 시절과 맥락은 저마다 다르지만, 오늘날 이곳 한국에서 그 사업을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이곳 한국의 고민과 에너지와 궤를 함께 해야만 한다. 하지만 NGO가 스스로를 전문가라 칭할 수록 그 괴리는 커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계속해서 본질에 대한 질문과 따끔한 조언을 마주해야만 한다. 내게 인턴은 그런 존재였다. 우리가 그린 포물선이 맞는지를 함께 계속 고민하는 동료 말이다.
물론 업무능력까지 있다면 땡큐다. 하지만 그건 솔직히 욕심이다. 대학생들에게 그것까지 기대하면 그 친구들은 언제 공부하겠는가. 다만 지식과 기술이 없다해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앞에 두고 있지만, 나름의 길을 그려내는 상상력과 배짱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만들어 내는 것은 나의 몫이다. 물론 도와준다면 역시 땡큐지만. 함께 갑론을박하면서 스파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업무는 앞으로 나아간다. 그건 꽤 멋진 경험이다.
여기서 잠깐 '열정페이'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다. 아내와 이 부분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던 만큼. 인턴 능력 밖의 일을 요구한다는 것은 열정페이인가? 나는 그것이 업무의 질에 해당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턴 친구들은 퍼포먼스와 리절트로 평가를 받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정직원 전환을 조건으로 하는 인턴이라면 말은 다르다. 하지만 기한과 보상이 명시되어 있고 업무 퍼포먼스가 그들의 장래와 근무/보상조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업무의 질로 열정페이를 논하는 건 넌센스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인턴 친구들이 선택할 문제이다. NGO 인턴에게 있어 열정페이는 근무시간을 넘어서는 초과근무, 급여에 포함되지 않은 출장 교통비 강요, 회사에 없는 개인적 리소스 사용 강요 등이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선을 긋고 명확하게 보상을 할 필요가 있다. 이건 개인적으로 숙제이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며 업보가 10년에 다다를 무렵, 문득 '조직 셋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건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었고, 누군가에게 존재의의를 후후 불어넣으며 성장시키는 일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만이었다. 경험을 통해, 정말 성장한 건 나였다고 그리고 우리 단체였다고 말할 수 있다. 나로 인해, 함께 했던 그 순간들 덕분에, 인턴 친구들도 성장했다면 나로써는 감사할 뿐이다.
"NGO는 인턴과 함께 성장한다."
요것은 참이다. 우엉우엉.
영화 컨택트(Contact)의 원제목은 "Arrival"(2016). 각 지역에 도착한 UFO를 다양한 포스터로 만든게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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