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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일지

활동가 삼개월 - 무엇을 위해 행사를 하는가 묻다

우엉군 2017. 1. 26. 23:37

 

 

행사하기 적당해서, 행사하기 좋아서

 

활동가 라이프 삼개월째. 한 달간 작은 행사를 하나 준비했고 지난주에 마쳤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행사와 함께 tvn 드라마 <도깨비>도 끝났고, 후지TV 애니 <배를 엮다>도 모두 끝나버렸다. 주말에 무척이나 공허했다. 그런데 동시종영이라 그 공허함이 행사 때문인지 공유 때문인지 마지메 때문인지 분간이 안 됐다. 그래서 이 참에 좀 정리를 하련다.

 

11월말 본부에서 메일 한 통이 날아왔고 별 생각 없이 그저 누군가 한국에 들어오겠거니 생각했다. 12월초 그 건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업무라는 시그널이 감지됐다. 간단한 리서치로 나는 그의 커리어가 꽤 매력적이라 판단했다. 12월 마지막주 불과 4주를 남겨두고 행사 준비에 들어갔다. 다행스러웠던 건 지난 11월 언론에 대한 온도차를 직접 겪으며 자연스럽게 언론홍보를 뒷전으로 미룬 것. 불행은 그러면서 행사 준비에 더 힘이 들어간 것이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좀더 대담한 목표를 설정했다. 첫째, 기존의 개발협력에서 교육 NGO쪽으로 판을 넓힌다. 둘째,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리만의 힘으로 한번 해 본다.

 

12월 마지막 주 내내 함께 행사를 주최할 교육 NGO 파트너를 물색했다. 그들에게 긴급구호와 개발협력을 하는 우리는 무척이나 생소했을 터였다. 회신은 더뎠고 대부분 실망적이었다. 마치 11월의 언론의 반응처럼. 그리고 그 때처럼 2016년의 마지막날 기적처럼 흔쾌히 한 단체의 수락이 있었다. 멋진 하루였다.

 

 

 

리서치, 질문개발, 코디네이트 ... 그리고 펑

 

모든 게 술술 풀릴거라 생각했지만 1월 첫주는 더디고 더뎠다. 시간과 장소, 그리고 주제 개발에서 진전 없이 돌고 돌았다. 관람차처럼 제자리를. 미국과 매일 한 통의 메일 오고 갔고, 우리의 관점은 여전히 모호했다. 자원개발부가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기초 리서치와 난상토론을 통해 주제를 심화시켰고 협력사와의 논의도 급진전이 이루어지게 됐다. 주제가 모호한 경우 이런 초기 리서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일시장소 결정도 동행하는 패널의 일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최종 픽스. 이후는 행사를 위한 기술적인 행사 준비들이었다.

 

해외 연사와 함께 하는 행사였던 만큼 코디네이트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시차를 고려하면 사실상 준비기간은 절반인 20여일이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굉장한 인풋이 들어갔다. 주제에 대한 장악력이 그 쪽에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맞추기 위해 청중과 한국의 성격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이런저런 인풋들이 추가되었다. 행사 전날 만났을 때에도 순차통역이었기 때문에 통역이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에 대한 이해도 별도로 제공해야 했다. 우리가 너무 그만 믿고 일을 벌인게 아닌가 싶었으나, 첫째 국내에 워낙 생소한 개념이었고 둘째 연사가 가진 콘텐츠나 현장사례가 워낙 색깔이 선명해서 시간이 지날 수록 안심이 되었다.

 

행사 날 문제는 통역과 음향 시스템에서 벌어졌다. 통역이 이렇게나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해외 연사의 경우 음성 시스템은 콘텐츠의 질을 압도할 정도라는 것을 실감했다. 행사에서 전문 통역가는 연사를 리드한다. 대부분의 연사는 한국이 처음이기 때문에 노련한 통역가는 호흡을 조절하고 문맥을 보충한다. 중간중간 연사에게 문맥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경험이 부족한 통역가였다. 음향 시스템은 장소 자체의 노후화 문제도 있었지만 우리 쪽에서 담당이 명확해지지 않으면서 마이크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꼬여버렸다. 행사 기획 및 진행자로서 뼈아픈 과오였다. 결과적으로 좋은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전달력 미비로 객석의 중후반은 암흑 속에 놓여 있었던 것이나 다름 없었다. 여기에 실무교류를 지향했으면서도 노쇼를 감안해 일정 숫자 이상을 확보하려던 우리의 욕심도 한 몫했다. 좀더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했는데 이것저것 주워담다보니 본질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져버린 셈이다. 다음 행사를 위해 제대로 된 리뷰가 필요하다.

 

 

 

동료집단학습 Peer Group Study???

 

행사를 마치고 피드백을 얻고, 동료의 도움으로 속기한 자료를 하나하나 살펴보니 이 행사에서 얼마나 가치있는 이야기들이 오갔는지를 다시 한번 절감할 수 있었다. 나는 무슨 짓을 했던 걸까.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덕분에 좋은 파트너를 얻기도 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자료를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향후에도 관심있을 모두와 나눌 수 있을지 고민했고 결국은 속기를 보완해 발표내용과 토의질의내용 전문을 공개 기록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이제 모두의 몫이다.

 

행사를 마치고 공허함 속에서 망연자실하게 걸어온 길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었다. 과연 했어야 했던 행사였던가. 무엇을 위한 행사였던가를 물었다. 연사는 현장의 열기에 감동한 눈치였고, 행사에 참가했던 실무자들도 콘텐츠에 대해서는 신선하고 생생했다는 의견을 줬다. 물론 장소의 협소함과 미비함을 곁들이긴 했지만. 우리가 처음 두 가지 기획의도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을 때 대표가 말했었다. 이 행사는 "동료집단학습 Peer Group Study"이 되어야 한다고. 국내 NGO 실무자들과 우리 단체 동료들 모두 이 행사를 통해 함께 지식과 경험, 그리고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나로써는 신문에 기사 하나 남기지 못한 행사였지만 행사에 참석했던 업계 동료들과 선후배들은 무언가를 하나 심어 갔을까? 활동가 라이프는 어렵다. 삼개월이 되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그나마 한가지는 확실하다. 학습의 질을 높이려면 규모를 줄여야만 한다는 것은. 우엉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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