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활동가 오개월 - 돌아올 수 없는 지점까지 깊이 더 깊이 본문
헌재가 대통령 파면을 인용했던 3월, 나는 깊이 더 깊이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매주 한 번쯤은 새벽 4~5시 사이에 눈을 떴고, 그러던 어느날 나는 운명의 주인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내 인생이 지구와 달처럼 공전자전하며 어떤 지점을 막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일랜드, 한국, 시리아를 오가며 무엇이 더 근본적인 것인지. 그래서 결국 한국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건지 묻고 또 묻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과거의 지식과 기술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다만 그 폭이 훨씬 폭이 넓어지고 무모해(?)졌다. 난생 처음 국제부를 만났다. 선임기자와 데스크를 만나 솔직히 물었다. 나는 증거가 필요했다. 언론홍보에 대한 일방향적인 에너지를 얼마나 더 유지해야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거절 당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렇지만 모두 관심과 호의를 내비쳤다. 그러는 가운데 시리아 내전은 7년째에 접어들었다.
몸만 움직이는 것에 갈증을 느껴 책을 파고 들었다. 알렉상드로 졸리앵 Alexandre Jollien의 『인간이라는 직업』(2015, 문학동네), 샤먼 앱트 러셀 Sharman Apt Russell의 『배고픔에 관하여』를 읽었다. 나는 내가 속한 인도주의라는 이름의 기관차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극빈층의 삶의 변화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건지 그 정체가 너무나 궁금했다. 그 사이에 정부는 세월호 인양에 착수했다.
몸과 마음의 비행거리가 늘어날수록 한국의 유한성이 좀더 명확해 졌다. 본부 교육은 머릿 속을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이후의 실무 미팅은 나를 한결 더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현실의 격차 속에서 체급 차이를 인정했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리소스가 없으며, 임팩트를 만들기 위해 더 버리고 덜 일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렇게 활동가 오개월이 흘러갔다. 우엉우엉.
"나는 다시 한번 시선을 쇼펜하우어가 '고통의 동맹자 socius malorum'라 부른 사람, 불운의 벗, 시련당하는 우리의 동반자들 쪽으로 돌려보고 싶다. 길을 돌아서 가다 만난 노파, 행인들이 질색하는 노숙자, 신체 마비 장애인, 불쌍해하지 않을 수 없는 '극빈자', 불평 많은 이웃, 이 모든 사람은 똑바로 서려 하고, '직진'하려 하고, 군열을, 살아남게 해주는 동력을, 마음 상태를 찾으려 한다."
- 『인간이라는 직업』, 알렉상드로 졸리앵, 2015, 문학동네, p.40
영화 '캡틴 판타스틱 Captain Fantastic'(2016)은 멋지다. 홈스쿨링으로 미국에 빠박 박치기 하고 그 실패를 인정하고 노래하고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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