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영원한 아름다움을 주는 행위" - 굿' 바이 (2008) 본문
처음 영화 <굿' 바이: Good & Bye (Departures, 2008)>를 봤을 때 제 눈엔 돌맹이 하나와 납관사라는 직업의 심오한 철학이 눈에 들어왔었습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차분함과 온전함을 느낄 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두 번째 <굿' 바이>를 보니 그제서야 다이고 시골집과 목욕탕, 그리고 수많은 이별의 표정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건 <승려와 수수께끼 The Monk and the Riddle, 2012>이란 경영지침서 때문이었습니다. 랜디 코미사 Randy Komisar가 실리콘벨리에서 한 스타트업 기업가의 사업 모델을 검토하는데 그 사업이 마침 장례업이었죠. 장례업에 대한 철학, 가능성, 그리고 그 순수함에 대해 고개가 끄덕여질 무렵 문득 <굿' 바이>가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의사도 아니고 그 하청업체나 다름없는 납관사의 길이란 정말이지 천한 직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화 <바텐더>에서 말하듯 직업이란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고, 단순히 돈벌이가 아닌 삶의 철학과 접합된 삶의 방식이 시작될 때는 더이상 직업인이 아니라 장인의 길로 접어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서 이런 풀이방식을 고집하는 일본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한답니다.
일전에 이벤트를 공부하던 무렵 <이벤트의 저력, 2004>이란 책에서 한 특별한 장례식을 소개했었습니다. 왜 마지막 사진이라고 하면 엄숙하고 진지한 흑백사진을 떠올리기 쉽상인데, 그 고인은 자신의 장례식 사진으로 뒤돌아 보며 씨익 웃는 사진을 사용했더랬죠. 그리고 향 대신 작은 종을 올려 놓고 그 종을 치며 웃으며 잘 가라는 인사를 건네도록 했습니다. 장례식장이 눈물 바다가 아니라 고인의 추억을 풀어내며 즐거운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랐던 겁니다.
이처럼 죽음을 대하는 자세도 나라와 문화, 개개인의 캐릭터에 따라 참으로 여러가지입니다. 예상도 못한 방식들이 또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이별도 만남처럼 멋진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엉우엉.
#1. 다이고의 시선
차갑게 식은 사람을 치장하여
영원한 아름다움을 주는 행위.
그것은 냉정하면서도 정확하고
동시에 따스한 애정이 넘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며 고인을 배웅한다.
고요와 평온함 속에 이루어지는 모든 손놀림이
매우 아름답게 보였다.
#2. 다이고 고향집과 그 주변 풍경
영화를 볼 때 늘 공간 메시지를 읽으려고 애쓰는 타입인데. 메시지는 둘째치고 다이고의 고향집 거실은 정말이지 훔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공간. '바'로 사용된 탓인지 이등변 삼각형 모양의 테이블과 한 쪽 벽을 채운 LP판 수납장, 그리고 오손도손 속닥거릴 수 있는 토막공간들까지 그 짜임새가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심지어 이층계단 구석에 자리한 의자 하나조차 감정 하나하나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표현되고 있으니까요.
#3. Okuribito (Memory) - 히사이시 조 Hisaishi Joe
그리고 '히사이시 조'. 그가 참여한 애니메이션 따라잡기만 해도 아마 몇 년은 슝 지나갈듯. 참으로 대단한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궁금한 인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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