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애니] 엘프, 그리고 모든 모험의 시작 - 로도스도전기 (日) 본문
'판과 디도'. <로도스도전기 Record of Lodoss War, 1990>를 한 마디로 요약하라면 모두들 이렇게 요약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덧 20년도 훌쩍 넘겨버린 판타지의 고전을 다시 봤습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제 멋대로 마음속에 자리잡고 살아숨쉬던 멋진 캐릭터들을 다시 만났죠. 제가 만난 모든 모험의 시작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영웅을 꿈꾸는 초보 기사 '판', 파리스의 사제가 되어 돌아온 친구 '에트', 레일리라를 찾아 나선 드워프 '킴', 킴의 친구이자 끝없는 지의 수행자 마법사 '슬레인', 영원의 생명을 가진 하이엘프 '디드리트', 도둑 '우드처크'. 이들 6명의 모험이 주인공 판의 횟불(화염)과 함께 시작됩니다.
찬찬히 뜯어보면 캐릭터 하나하나가 매력덩어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닥 깊이는 없는 편입니다. (건질만한 대사나 선택지가 없죠 ;;) 오히려 빛과 어둠을 뒤흔들며 로도스를 위해 무엇이 옳은지 묻는 마녀 '카라'가 이야기에 깊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만약 카라의 질문에 용병왕 '카슈'가 좀더 흔들렸다면 스토리는 좀더 원초적인 불멸성을 갖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분명 흔들리는 모습은 있었는데 말이죠 ;;)
판과 디도의 대칭점에는 '아슈람과 필로테스'가 있습니다. 그것이 빛이건 어둠이건 '순수한 존재'는 그 자체로 매력적입니다. 빠져들 수 있으니까요. 아슈람의 경우가 그랬죠. 그러고보면 굳이 <로도스도전기> 캐릭터 하나하나에 심오한 가치관을 입히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후의 판타지물이 계승할 수 있는 순수한 이상형으로 남아주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끝은 또다른 시작. 로도스도전기는 무한히 순환되는 모험의 본질을 마지막까지 긴장감있게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판이 에트, 킴, 슬레인, 그리고 디드리트와 같은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정든 마을을 떠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셈입니다. 모험은 늘 떠남에서 출발해서, 또다른 떠남으로 완성되는 셈이죠. 화염과 영원, 바람의 모험... OST 그대로입니다.
<로도스도전기>로 시작되었던 제 십대도 어느덧 삼십대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래도 늘 모험을 동경하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네요. 오히려 게임월드를 통해 <로도스도전기>를 접했던 그 시절보다 더 자라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험 이야기로 가득한 세상을 꿈꾸는 저이지만, 언제나 제 인생 자체가 하나의 끝없는 모험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화염과 영원, 바람의 모험... 우엉우엉
OST - 炎と永遠 (화염과 영원), 風のファンタジア (바람의 판타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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