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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지난 한 주, 모처럼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격렬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발원지는 레진코믹스 채용공고. 친구 녀석이 보내준 레진코믹스 채용공고로 근무시간에도 불구하고 십여분을 카톡 토론이 오갔었다.ㅎ 진지하게 생각하고 생각해봤지만 당분간 몇년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아쉬움은 서랍에 고이 넣어 두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1. 레진코믹스 - 직업 만화가의 새로운 교두보 정말 기뻤던 건 채용 공고만으로 '바로 여기야!'라고 말할 수 있는 회사가 한국 만화계에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작년 6월에 창업해 올해 겨우 1년을 넘긴 스타트업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한국 만화계에서 레진코믹스(LEZHIN COMICS)의 탄생은 네이버나 다음 웹툰 이상으로, 아마존의 만화 유통회사 인수소..
만남, 이별, 그리고 재회 5월 둘째 주, 전 일본 만화 (Aku no hana, Shuzo Oshimi, 2010~2014)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근 , 등 오랜 연재작들이 클로징을 해도 일본 만화로부터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했는데, 은 에 버금가는 오랜 여운을 남겨 주고 있다. 2주가 지나도 이 보여준 풍경과 인간상이 계속 밖으로 뻗어나가는 느낌이다. 자신의 정체를 폭로한 카스가, 일본에서 모방범죄를 야기한 문제의 컷 9권까지 봤을 때만해도 은 단순히 자신 안의 '변태'에 대한 만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에이코믹스에 '[500자 리뷰] 악의 꽃 9'을 쓸 때에도 주인공인 카스가 1인에 집중해 사춘기 시절의 좌충우돌 성장물이라 재단했었다. "만화 은 그런 사춘기 시절을 이야기한다. 욕망과 선악 앞..
지난 3월, 작품집 '촉촉한 만화칩' 출간과 함께 우리만화연대 '출판만화창작교실' 과정이 종강됐습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개성만점의 20명의 동기들이 모여 함께 만화 이론과 실무를 배우고 고민했었는데, 그 시간이 끝났음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2011년 우리만화연대 '단편만화반'을 수강한 것이 계기가 되어(글: 동네 만화가의 탄생 - 우리만화연대 '단편만화반'), 2013년 10월경 새롭게 만들어진 출판만화창작교실에 지원했습니다. 경쟁률이 상당했다고 들었는데 운이 좋았죠. 아는 얼굴도 몇 명 있었지만 대부분이 초면이었습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만화를 그리고 있고, 또한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죠. (위에서부터) 아빠의 가면, 뱀의 고리, 아버지의 유산 단편만화반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 커리가 준비되어 ..
애니메이션 감독이 아닌, 만화가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의 대작 를 이제야 만났다. 1982년부터 1994년까지 12년에 걸쳐 연재한 대서사시 . 미야자키 하야오가 유일하게 수작업 펜터치로 창조한 세계 . 작품은 거장이 40대에 완성해낸 완벽한 하나의 세계를 가감없이 온전히 보여준다. 대자연이 인류를 공격하고 죽음으로 몰아 넣을 때, 그 어둠과 죽음 너머에 새로운 빛이 태어난다. 그러니 결코 체념하지 말고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살아가야만 한다. 삶은 결정된 것도, 당연한 것도 아니다. 매순간 선택하며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파괴와 혼돈으로 치닫는다 하더라도... 미야자키 감독의 테마는 명확하다. 언제나. 대서사시에 걸맞게 미야자키 하야오는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대칭점들을..
"루이, 솔직히 네 성적 환상에 좀 실망이다. 너무 진부하잖아!" 뒷표지의 이 한 마디에 캐나다 만화가 '지미 볼리외 Jimmy Beaulieu'의 (2013, 미메시스, 이상해)를 구매했다. 완전 충동 구매였다. 단지 나는 여주인공 코린이 보여줄 성의 세계가 너무나 궁금했다. ㅠㅠ 하지만 불과 몇 페이지를 넘기고 나는 낚였음을 인정해야 했다.하지만 기분 좋은 낚임이었다. 그곳은 환상적인 성의 세계라기 보다는,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선들과 충동적인 색채들이 난무하는 자유의 세계였다. (물론 일부 깜짝 놀랄만한 컷들도 있지만) 펜과 수채, 그리고 색연필이 거리를 두지 않고 경쾌하게 넘나들고 펜 사이로 음악이 가득하다. 그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이 내 만화의 지평을 한순간에 기분 좋게 넓혀 주었다. ..
처음 크레이그 톰슨 Craig Thompson의 작품 을 봤을 때만해도 그의 표현력에 놀라고 압도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적절한 나의 경험을 승화시키면 그처럼 만화를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를 보고나서 그 기대가 산산히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내가 단순히 패턴을 수집하고 있을 때 그는 패턴의 중심과 그 원칙을 찾아냈고, 내가 허무맹랑한 사건을 머리속에서 짜내고 있을 때 그는 공부하고 또 공부하며 세계의 중심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습니다. 어른이 된 두 주인공 '도돌라'와 '잠' 이후 7년만에 발표한 대작 . 는 단순히 이슬람의 상징을 차용하고 아랍어를 형상화한 연상연하의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낯선 코란과 예언자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성서와 동일한 맥락을 찾고, 또한 논..
신카이 마코토 (Shinkai Makoto, 新海誠)는 시인이다. 그의 작품은 우리네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정작 특별한 시간을 이야기 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하나의 배경. 오히려 배경처럼 보이는 공간들이 시간의 주인처럼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라본다.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시. 잘은 모르지만 모든 시는 어떤 사랑을 품고 있는 듯 하다. 은 구두공을 꿈꾸는 남학생과,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여선생의 이야기다. 부슬부슬 내리던 빗줄기가 폭우가 되어가는 시간 동안에 일어나는... 비는 그칠 듯 다시 내리고, 빗줄기는 세차게 부딪히며 산산히 부서져도 하염없이 쏟아진다. 우엉우엉 교복의 옷자락을 적시는 타인의 우산 누군가의 양복에 배어있는 나프탈렌 냄새 등으로 떠밀려오는 체온 얼굴로 세차게 부는 에어컨의 불..
여기에 그림의 완성도로 계급이 결정되는 별난 세계가 있다. 완전히 채색된 존재 귀족 '투팡'(the Toupins, who are entirely painted), 채색이 완성되지 않은 평민 '파피니'(the Pafinis, who lack a few colors), 마지막으로 채색은 시작도 못한 초벌 스케치인 하층인 '러프'(the Reufs, who are only sketches)가 살아가는 세계 . 이 세계에는 오직 성과 숲만 존재하고, 모두가 성에서 살아가는 귀족 '투팡'의 삶을 동경한다. "걔들은 낙서에 불과해." "어떻게 화가가 그딴 걸 그렸지?" "첫 스케치거든." "지워버렸어야지!" 그런 세계에 길들여 지지 않은 세 사람이 있었으니... 하나는 파피니 여성과 사랑에 빠져 화가를 찾아나서는..
오늘 같이 햇살이 흘러 넘치는 거리는 머리를 텅 비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그렇게 모든 게 하얗게 증발해버린 아스팔트 위를 걷다가 가로수 그늘을 만나면 마치 오아시스라도 발견한 듯 스르륵 빨려가버리고 만다. 오늘 을지로 기업은행 앞의 둥그런 가로수는 난생 처음보는 투명한 그림자를 품고 있었다. 투명하게 찰랑거리는 그림자는 마치 작은 호수 같았고 나는 그 그림자가 너무나 낯설어 몇 번이고 뒤돌아 봤다. 오늘같이 햇살 가득 눈부신 날을 닮은 애니메이션이 있다. 월트 디즈니의 . 7분이 채 안 되는 단편 애니메이션 은 인상적인 스토리는 없지만 흑백 애니메이션 답게 빛을 과감하게 사용해 로맨틱한 효과를 한껏 연출하는 작품이다. 빛은 인물 감정 묘사는 물론, 거리와 건물 사이를 오작교처럼 연결하며 둘 사이에 '빛..
픽사 Pixar의 애니메이션은 늘 아이의 행복감을 선물합니다. 단편 는 마치 손으로 달을 만지는 듯한 따뜻함과 행복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픽사는... 이길 수가 없습니다. 우엉우엉 Directed by: Enrico Casarosa Written by: Enrico Casarosa Release date: June 6, 2011 Running time: 6 minutes, 53 seconds Concept Art * THE CAB (The Concept Art Blog) http://theconceptartblog.com/2012/08/09/concept-arts-de-la-luna-por-dice-tsutsumi/ Dice Tsutsumi http://www.simplestro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