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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10주. 겨우 10주가 흘렀을 뿐인데 내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내가, 만화를 그릴 수 있게 된 겁니다. 3개월 전쯤 서울 남산 애니메이션센터를 찾았습니다. 거기서 우연히 우리만화연대의 '단편만화반' 모집 전단지를 봤죠. 10주 과정에 25만원. 매주 목요일 저녁에 진행되는 게 조금 걸렸지만 비용 상 부담이 거의 없어서 몇 분 고민하고는 바로 전화로 등록을 했습니다. 당시 뭔가 그리는 것을 배우고 싶어서 한겨레문화센터나 일러스트 학원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너무나 매력적인 과정이었습니다. 그저 견문을 넓힌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첫 수업에 들어갔죠. 그런데 웬걸 수업의 목표는 10주 동안 자신만의 단편 만화를 완성하는 것. 그 때의 쇼크란... 올해 키워드 중 하나가 'Make'였기 ..
유아사 마사아키 Masaaki Yuasa 감독의 은 '거침없이 질주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어떻게 보면 폭력적이고 관능적이며, 어떻게 보면 뻔한 교훈을 이야기한다고 보일지 모르지만, 은 스스로를 그 무엇에도 가두지 않는다. 주인공도 '니시' 한 명만이 아니다. 불과 20살의 나이에 개죽음을 당하는 '니시'. 그는 전 여자친구 앞에서 오줌 지리고 볼쌍사나운 자세로, 할 말조차 다 뱉어내지 못한 채 죽는다. 신 앞에서 니시는 따져 묻는다. 도대체 왜 자기를 만들었냐고. 고작 이러자고 만든거냐고, 내 20년 인생은 도대체 뭐였냐고 다그쳐 묻는다. 하지만 신은 그의 죽음을 증명하고 조롱하고 동정하며 조용히 소멸할 것을 명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시작된다. 니시의 끝없는 질주가. #1. "나랑 결혼해줘~~" - 흔..
'판과 디도'. 를 한 마디로 요약하라면 모두들 이렇게 요약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덧 20년도 훌쩍 넘겨버린 판타지의 고전을 다시 봤습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제 멋대로 마음속에 자리잡고 살아숨쉬던 멋진 캐릭터들을 다시 만났죠. 제가 만난 모든 모험의 시작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영웅을 꿈꾸는 초보 기사 '판', 파리스의 사제가 되어 돌아온 친구 '에트', 레일리라를 찾아 나선 드워프 '킴', 킴의 친구이자 끝없는 지의 수행자 마법사 '슬레인', 영원의 생명을 가진 하이엘프 '디드리트', 도둑 '우드처크'. 이들 6명의 모험이 주인공 판의 횟불(화염)과 함께 시작됩니다. 찬찬히 뜯어보면 캐릭터 하나하나가 매력덩어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닥 깊이는 없는 편입니다. (건질만한 대사나 선택지가 없죠 ;;) 오히려..
" 자네에게 있어 필승의 전략은 뭔가?" (국방위원장) " 그건, 먼저 적에 대해 적어도 여섯배의 병력을 갖추고 보급과 정비를 완전하게 하며, 사령관의 의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입니다. 승패라고 하는 것은 전장밖에서 정해지는 것입니다. 전술은 결국 전략의 완성을 기술적으로 도와주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략적 조건이 같다면 물론 군인의 능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다소의 능력차는 수량에 의해서 보충될 수 있습니다.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처음부터 그런 기적을 기대하고 전쟁을 시작한다면 전선에 나가는 사람은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 - 양 웬리 거의 20년만에 우연히 을 봤습니다. 소설과 만화로만 접했기 때문인지 애니메이션이 무척 낯설면서도 기분 좋은 흥분감을 주더군요. 양 웬리,..
#5. 모리미 사키 Saki Morimi 미사일은 떨어지지 않았지만(일본은) 미사일 이상의 데미지를 입었다.그래도고도 경제 성장도, 버블도 모르는 젊은이들에게자신들이 직면한 문제가 전 세계의 화제가 된다는 건처음 겪는 경험이었기에 불안해하는 한편당장 내일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기분조차 신선했다.아무도 직접 입에 담지 않았지만그 날 이후어렴풋이 느꼈던 답답함이어떤 종류의 기대감으로 바뀐 것이다. "꼭 컵라면 먹어야겠어?""느그들 방심하믄 금방 니트NEET 정신 까묵을 끼다." #6. 타키자와 아키라 Akira Takizawa " 돈 받는 연습하려구요.사람은 재미있어요.던을 내는 5살 짜리 꼬마애도 아는데받는 건 어른도 모를 때가 있거든요.그야 돈을 쓰는 게 머리 숙이고 받는 ..
결국 (2009)도 봤습니다. The power of 'School Food Punishment'! 작품평을 하자면 '유쾌한 깊이를 가진 상상력, 그 자체' ... 세상에 이런 애니메이션도 있군요. 모든 이야기에는 사건이 있습니다. 는 전쟁이었죠, 은 세레손(구세주) 게임입니다. 요는 자신에게 100억(엔)이 있다면 세상을 위해 이 돈을 어떻게 쓰느냐의 게임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후보자로 지명된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경험과 환경에 비추어 제각각 가치를 정하고 해법을 만들어 갑니다. 다만 우리의 주인공 타키자와만이 이상한 상태로 게임을 시작하죠. 모든 기억을 잃은 채로. #1. "사실은 가고 싶은 회사가 있었어" - 모리미 사키 Saki Morimi 주인공은 타키자와지만, 그를 문제의 핵심으로 이끈 것은 ..
#1. "우린 그저 살아가고 추락할 뿐이야." - 신주로 주인공 '유키 신지로'는 인간에 대해 기대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진실을 보았기 때문이죠. 바로 전쟁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때문에 인간의 영혼을 먹어야 하는 악마 '인가 因果'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단 인간을 죽이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이 둘이 도시에서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탐정'입니다. 기가 막힌 설정!! #2. "신주로... 내가 무엇을 물어야 하지?" - 인가 인간이라면 누구든 인가의 질문에 답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한 명의 인간에게는 단 하나의 질문만 던질 수 있죠. 인간을 죽일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가는 신주로의 추리력에 의존합니다. 그가 찾아낸 진실이 인간의 영혼을 뒤흔들기 때문이죠. 정말 환상적인 필살기 조합입니다. ㅠ..
벌써 1년도 더 됐네요. 작년 2월, 아트선재센터 '망가: 일본만화의 새로운 표현' 기획전에서 쿄 마치코 Kyo Machiko의 를 알게 된지도... 선선하고 한가로운 날이면 그녀의 시선과 감성들이 문득문득 목 아래까지 차오르곤 합니다. 오랜만에 그녀의 블로그를 방문하고 여전한 센넨화보 작품들을 접하니, 문득 따스함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이미 천 장의 화보를 그려버린 그녀는 어디를 향해 계속 걸어가고 있는걸까요? 투표 말고는 할 게 없는 오늘은 유난히도 지루하네요. 지루해서 만화라도 그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우엉우엉. 여보세요 (もしもし) 라무네 (9つのラムネ) 또하나의 표지 (もうひとつの表紙) 베개 (枕) 편지 (山形からの手紙) Weather Report 음악 (Ongaku) 야행의창 (夜行..
어제는 4시간 연속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을 보았습니다. 작년 채널 ANIPLUS OST 코너에서 우연히 주제가를 듣고 줄곧 기회만 노려오다가 휴가를 틈타 뚝딱 해치웠죠. 울컥 치고 올라오는 감정을 추스리기 어려운 순간이 제법 많았던 수작이었습니다. 총 11화의 은 제가 유년 시절 푸욱 빠져있었던 일본 애니의 어떤 지점과 재회하게 해주었습니다. 일본 애니 특유의 '이별을 대하는 자세'... 두번 없을 그 순간을 위해 울고불고 모든 에너지를 방출하는 거친 방식이 아니라, 마치 아무일 아니라는 듯 함께 한 여행 즐거웠다는 듯 담담하고 정제된 미소를 머금은 이별 말입니다. 하다 못해 전학부터해서 워낙 어린시절부터 이런저런 이별을 많이 경험한 탓인지 '이별'이란 그렇게 낯선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