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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이집트 시민혁명의 주역이자 인터넷 운동가, 와엘 고님 Wael Ghonim 3일, NYT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만 Thomas L. Friedman은 "소셜미디어, 파괴자인가? 창조자인가? Social Media: Destroyer or Creator?"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칼럼은 지난 몇 년간 아랍의 봄에서 월스트리트, 이스탄불, 홍콩 등 광장과 거리에 시민들을 모이게 만든 페이스북의 마법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2011년 이집트 시민혁명의 주역이자 인터넷 운동가인 와엘 고님 Wael Ghonim의 13분 분량의 TED 강연 내용을 소개하며 전면을 와엘 고님의 여정과 발췌한 강연으로 가득 채웁니다. 한 사람의 생각에 전적인 지지를 보낸 전례 없는 작업입니다. 컴퓨터 엔지니어였던 와엘 고님은..
지난 4월, 서울에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Karl Polanyi Institute Asia; KPIA)가 개소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1988년 캐나다 본부, 프랑스 유럽본부에 이은 세 번째 연구소이자 아시아본부라는 타이틀은 묘한 자부심마저 불러일으키더군요. 그 와중에 본부와 달리 '정치경제연구소'가 아닌 '사회경제연구소'로 명명한 부분 또한 재미있는 포인트였습니다. 소식과 함께 달려갔으나 업무시간 종료, 방문은 다음을 기약합니다. 경제사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 1886~1964)와의 만남은 5년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을 구체적인 직업의 형태로 가져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고, 닥치는 대로 책을 파며 사람들을 만날 때였습니다. 그 때 흘러흘러 만나게 된 책이 칼 ..
아이가 태어나고 3주가 흘렀습니다. 시간이란 술래를 일찌감치 놓쳐버린 올해, 계절은 어느덧 봄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크진 않아도 이런저런 많은 것을 계획하고 챙겨왔던 일상이 한 순간에 증발해버린 기분입니다. 출퇴근을 하는 제가 이 정도면 아내는 더 하겠죠. 꽤 오랫동안 공을 들인 블로그인데도 이런 휴지기가 그리 어색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조금 거리를 두고 지켜보니 보이지 않던게 보이는 듯 하네요. 무엇을 그리도 적고 기록해 왔는지, 어떤 시간들을 그렇게 부여잡으려 했는지... 아직도 젊다고 생각하는 나이이지만 문득 그 시절들이 너무나 젊게만 느껴집니다. 그것은 청년의 시간이었을까요. 사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분리시키는 주의입니다만 오늘은 왠지 너무나 사적인 것들을 우루루 털어내서는 주욱 늘어놓고, 제 ..
DEPARTURE OF THE WINGED SHIP, Vladimir Kush 5년 전 결혼 후 첫 이직을 마음 먹었을 때, 그 동안 막연하게 누려온 자유가 굉장히 현실적이고 버겁게 느껴졌다. 당시 아내는 새로운 길을 향해 막 떠났을 무렵이었고, 나는 부양의 의무와 마지막이 될지 모를 도전의식 사이에서 고민할 때였다. 결과적으로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어온 길을 다시 걷게 되었지만, 그 짧은 방황을 통해 '자유'란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자유란 무엇이고 그 조건은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몇 년의 시간이 있었고, 나는 나름의 답에 다가갔다. 하지만 이제 겨우 몇 개의 조각을 모았을 뿐 여전히 찾고 실험할 것이 많다. 주저 앉지 않기 위해, 계속 ..
"루이, 솔직히 네 성적 환상에 좀 실망이다. 너무 진부하잖아!" 뒷표지의 이 한 마디에 캐나다 만화가 '지미 볼리외 Jimmy Beaulieu'의 (2013, 미메시스, 이상해)를 구매했다. 완전 충동 구매였다. 단지 나는 여주인공 코린이 보여줄 성의 세계가 너무나 궁금했다. ㅠㅠ 하지만 불과 몇 페이지를 넘기고 나는 낚였음을 인정해야 했다.하지만 기분 좋은 낚임이었다. 그곳은 환상적인 성의 세계라기 보다는,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선들과 충동적인 색채들이 난무하는 자유의 세계였다. (물론 일부 깜짝 놀랄만한 컷들도 있지만) 펜과 수채, 그리고 색연필이 거리를 두지 않고 경쾌하게 넘나들고 펜 사이로 음악이 가득하다. 그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이 내 만화의 지평을 한순간에 기분 좋게 넓혀 주었다. ..
우리는 춤추고 노래합니다. 노래에 온전한 바람을 담아 영원한 아름다움과 사랑을 찬미합니다. 너는 푸른 꽃의 잎사귀와 같아 부적을 지니고 나쁜 시선들을 물리쳐 쉼없이 방랑하는 삶이지만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습니다. 길에는 아름다운 꽃이 가득하고, 길을 걷는 사람들은 깨끗한 구두를 원하니까요. 그리고 음악이 필요한 자리는 세상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음악은 우리의 정신입니다. 할아버지는 늘 말씀하십니다. 부디 자유롭게 살라고. 수천개의 꽃잎이, 푸르른 꽃잎이 22일이 되어 드디어 생명의 시간이 돌아왔구나 자유롭게 살거라 푸르른 전원의 꽃잎이여 집이 있다고 해서 우리의 음악을 집 안에 가둬 둘 수는 없습니다. 바이올린이 인사를 건네면, 이웃 피리가 답하죠. 그렇게 마을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으면 맛있는 요리냄새와..
누구나 여행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주제'나 '목적'이 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전국 명산을 찾아오르는 사람, 큰나무를 찾아 떠나는 사람, 전세계 코끼리를 수집하는 사람, 전세계 동화책을 모으는 사람... 제가 아는 별난 여행자는 이 정도네요. 그리고 여기에 더해 오늘 소개할 사람은 미국 전역의 가장 많은 종류의 새를 발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일년동안 동안 몇 종류의 새를 볼 수 있을까요? 100? 300? 무려 700 종 이상이라고 합니다. 미국에는 매년 1/1, 한 해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새 발견을 목표로 하는 'The Big Year' 대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영화 (2011, David Frankel)는 일년을 자신의 'The Big Year'로 만..
자신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글은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 법인가 봅니다. 오늘은 모든 것의 시작에 대해 짧게 끄적일까 합니다. 1. 작년 말, 문득 30대의 제 자신이 몹시 슬펐습니다. 수많은 질문 끝에 얻은 직업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부모님도 건강하신데... 알 수 없는 근원적인 슬픔 같은게 썰물처럼 밀려왔습니다. 그 슬픔이 제게 이렇게 묻는거 같았습니다. "너를 설레이게 하는 건 뭐니?" "......" 아주 곤란한 질문이었습니다. 30대는 '독립'에 올인하겠다고 다짐했던 제 자신이 카운터펀치를 먹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대답할 수 없었던 자신이 서글펐습니다. 당시 제게 작은 즐거움이 있었다면 파울로 코엘료의 를 필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요일 카페에 앉아 카푸치노 한 잔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