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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바야흐로 스토리텔링의 시대이다. 정보와 지식의 구축을 넘어서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의 실험이 사회, 비즈니스, 문학계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6월말 각 부문에서 관련된 재미있는 뉴스들이 발표됐다. 적당히 과장한다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해 온 세계가 같은 곳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그런 느낌이다. #1. 아쇼카 재단의 초대 'Storytellers in Residence' 지난 6월 30일 아쇼카 재단은 '주재 스토리텔러 Storytellers in Residence'라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세계의 기자, 사진가, 영화제작자라면 누구나 아쇼카 재단에 주재하며 사회혁신가들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3천여명의 사회적 기업가(아쇼카 펠로우 A..
2013년 12월 눈 내린 삼청동, 갤러리현대 아트큐브에서 최우람 작가의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움직이는 예술)를 처음 만났다. 들어올테면 들어와보라는 각 잡힌 '램프샵' 입구에서 몇 번을 발걸음을 돌리다 마음 단단히 먹고 입장. 들어서니 과연 관객은 혼자 밖에 없었다. 사방은 깜깜했고 규칙적인 기계음이 들려왔다. 각자의 빛을 품은 기계생명체들이 제각각의 몸짓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말을 걸고 있었다. 그곳은 흡사 불운한 천재 과학자의 실험실 같았다. 솔직히 좀 무서웠다. 2층 계단 입구에 이 곳을 오르려면 맹약이라도 해야 할 것처럼 한 중년의 여자분이 앉아 있었다. 그 분이 입을 열었다. "사진 찍으셔도 되요. 작가분이 허락하셨어요... 작품 정말 좋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에요. 원래 여..
만남, 이별, 그리고 재회 5월 둘째 주, 전 일본 만화 (Aku no hana, Shuzo Oshimi, 2010~2014)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근 , 등 오랜 연재작들이 클로징을 해도 일본 만화로부터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했는데, 은 에 버금가는 오랜 여운을 남겨 주고 있다. 2주가 지나도 이 보여준 풍경과 인간상이 계속 밖으로 뻗어나가는 느낌이다. 자신의 정체를 폭로한 카스가, 일본에서 모방범죄를 야기한 문제의 컷 9권까지 봤을 때만해도 은 단순히 자신 안의 '변태'에 대한 만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에이코믹스에 '[500자 리뷰] 악의 꽃 9'을 쓸 때에도 주인공인 카스가 1인에 집중해 사춘기 시절의 좌충우돌 성장물이라 재단했었다. "만화 은 그런 사춘기 시절을 이야기한다. 욕망과 선악 앞..
SOUTH-EAST ASIA’S low-cost airlines have gone from feast to famine. Cheap, short-haul, no-frills flying came late to the region, but people have taken to it eagerly. In just ten years, according to the Centre for Asia Pacific Aviation (CAPA), a research firm in Sydney, low-cost carriers’ share of the region’s aviation market has soared from almost nothing to 58%. In Europe, where cheap airlines ..
오랜만에 본 일본 영화 (真夏の方程式, A Midsummer's Equation , 2013). 스승의 날 즈음에 봐서 그런지 미스터리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스승들이 생각났다. 가설 설계에서 몰입과 일련의 실험, 그리고 시행착오 끝에 자신의 답에 다다르게 도와주신 사부님들의 가르침이... 아마도 영화 속 유카와 박사(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쿄헤이의 실험이 내겐 퍽이나 인상적이었던 듯 하다. 진리와 과학, 그리고 함께 고민한다는 것에 대한 좋은 대사 담아 둔다. 우엉우엉. 유카와 박사 - 물리학 교수 내 흥미는 진리를 추구하는 거다. 진리라는 건, 옳은 길을 걷기 위해 이 세상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지도 같은 것이다. 그 지도를 만드는 것이 과학의 역할이다. 너는 여러가지를 배웠다. 문제에는 분명히 답..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Honil Gangni Yeokdae Gukdo Ji Do, 1402) 조선 건국 직후(태종 2년) 제작된 세계 지도로 한중일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담고 있다. 위치나 축적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15세기말까지 제작된 유럽의 어떤 지도보다 우수하는 평가를 받는다. 현존하는 2점의 사본은 모두 일본에 소장되어 있다. 미지의 세계를 만나는 첫 번째 창은 '지도'다. 지금이야 손 안에 위성지도를 들고 다니는 멋 없는 시대가 됐지만,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시절, 그러니까 위대한 모험가들이 탄생했던 시절의 지도는 그 자체가 정보, 과학, 종교, 예술의 집합체였다. 그런 지도를 보면 나도 상상한다. 죽을 때 내 인생을 하나의 지도로 남길 수 있을까하고. 만약 내 아이들이 한 장의 지도를 ..
틈나는 대로 정리한 '2013년 한국 석유화학 산업지도' 올립니다. 석유화학 산업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공유합니다.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에만 국한된 자료이기 때문에 연료전지(LG화학), 전자소재(LG화학, 제일모직, 금호석유화학), 태양광(한화케미칼), 탄소나노튜브(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해당 회사의 전체적인 사업을 보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정유회사가 공격적으로 증설 경쟁을 벌이고 있는 PX(파라자일렌) 등이 어느 석유화학 회사와 겹치고, 그것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한 눈에 슬쩍 살펴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산규모는 한국석유화학협회에 있는 정보를 기본으로 언론에 공개된 것을 취합한 것이라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큰 맥락을 잡..
갑자기 미친 듯 소리 지르고, 다짜고짜 따귀를 날리는 음울한 눈빛의 스토커. 내가 빠져든 첫 번째 제니퍼 로렌스 Jennifer Lawrence는 의 크레이지 댄서 '티파니'였다. 사별한 미망인 역할에 당연히 30대일 줄 알았는데 개봉 당시 겨우 23살이었고, 당연히 흑발일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천연 블론디. 그러려니 하고 살고 있었는데 에서 혁명의 전사 '캣니스'가 된 그녀를 또 다시 만나고, 그것을 계기로 과거의 작품을 하나둘 뒤져보니 의 '미스틱'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동서양의 가로지르는 외모에 돌연변이의 눈빛까지 소유한 그녀의 정체는 혼돈 그 자체... ㅠㅠ 14살에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제니퍼 로렌스는 2007년 TBS 시트콤 으로 배우로서의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한다. 2010년
지난 3월, 작품집 '촉촉한 만화칩' 출간과 함께 우리만화연대 '출판만화창작교실' 과정이 종강됐습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개성만점의 20명의 동기들이 모여 함께 만화 이론과 실무를 배우고 고민했었는데, 그 시간이 끝났음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2011년 우리만화연대 '단편만화반'을 수강한 것이 계기가 되어(글: 동네 만화가의 탄생 - 우리만화연대 '단편만화반'), 2013년 10월경 새롭게 만들어진 출판만화창작교실에 지원했습니다. 경쟁률이 상당했다고 들었는데 운이 좋았죠. 아는 얼굴도 몇 명 있었지만 대부분이 초면이었습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만화를 그리고 있고, 또한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죠. (위에서부터) 아빠의 가면, 뱀의 고리, 아버지의 유산 단편만화반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 커리가 준비되어 ..
애니메이션 감독이 아닌, 만화가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의 대작 를 이제야 만났다. 1982년부터 1994년까지 12년에 걸쳐 연재한 대서사시 . 미야자키 하야오가 유일하게 수작업 펜터치로 창조한 세계 . 작품은 거장이 40대에 완성해낸 완벽한 하나의 세계를 가감없이 온전히 보여준다. 대자연이 인류를 공격하고 죽음으로 몰아 넣을 때, 그 어둠과 죽음 너머에 새로운 빛이 태어난다. 그러니 결코 체념하지 말고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살아가야만 한다. 삶은 결정된 것도, 당연한 것도 아니다. 매순간 선택하며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파괴와 혼돈으로 치닫는다 하더라도... 미야자키 감독의 테마는 명확하다. 언제나. 대서사시에 걸맞게 미야자키 하야오는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대칭점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