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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역시 유아사 마사아키(Masaaki Yuasa)!" 데빌맨 크라이베이비(Devilman Crybaby, 2018)에 대한 찬사는 모두 감독으로 돌리고 싶다. 사실 원작(만화책)을 워낙 별 감흥 없이 봐서 작품 자체에 별 기대가 없었는데 이번 넷플릭스 리메이크판은 너무나 좋았다. 원작자인 나가이 고(Nagai Gō)의 인간을 바라보는 세계관은 예리했지만, 캐릭터의 매력에 비해 이야기 전개는 다소 설명충스러웠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니 그런 측면도 있었겠지만 그런 요소들이 몰입에 방해가 됐었다. 하지만 유아사 감독은 그런 것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나간다. 그렇다고 홀로 질주하는 건 아니다. 오늘의 문맥에 맞도록 원작에는 없던 요소들을 새로 들여와 이야기에 혼을 불어 넣는다. 1972년 원작이 데몬(악..
오늘 애니메이션 을 봤다. 신카이 마코토의 기존 작품들의 캐릭터와 명장면들이 단층처럼 쌓여 있던 멋진 작품이었다. 중간중간의 OST들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신카이 감독이 드디어 새로운 임팩트를 찾았구나 싶어 박수를 쳐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눈송이 씬은 의 빗방울 씬처럼 감동적이었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처럼 사계절 패키지를 갖추려는 신카이 감독은 욕심쟁이 우후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나와 길을 걸어가는 내내 애니메이션 의 관람차의 풍경이 자꾸 생각났다. 이 영화라는 미디어를 제대로 살렸다면, 는 TV 시리즈물의 속도와 정서가 참으로 잘 어울렸구나 싶었다. 그라고 내 일생의 명작 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작품으로 최종 라인업했다. ^^ 2016년 4분기 일본 TV 애니메이션 는 2016..
쓰키지 어시장 카페 '센리'의 커피+치즈케이크 세트, 600엔 "카도데 이이데스카? (カードでいいですか?, 카드도 되나요?)" 짧고 굵었던 2박3일 일본 도쿄 출장 내내 입에 달고 있었던 서바이벌 일본어였습니다. 현금이 곧 신용인 나라. 왠만한 주문은 입구 자판기에서 결재해야 먹을 수 있는 도시. 그런 나라에 법인카드를 들고 출장 놀이를 갔으니 시작부터가 완패였습니다. 그래서 여행기록 따위 남기지 않으려 했지만 쓰키지 어시장의 작은 카페가 계속 아른거려 글을 남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쓰키지는 안 되고, 아키하바라는 됩니다. 말장난 같은 이야기를 이제 시작합니다. 1월 출장 마지막 날, 숙소 거점이었던 도쿄 신바시(新橋, Shimbashi) 인근 지역을 돌았습니다. 구두를 신고 걸을 수 있는 반경은 ..
만남, 이별, 그리고 재회 5월 둘째 주, 전 일본 만화 (Aku no hana, Shuzo Oshimi, 2010~2014)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근 , 등 오랜 연재작들이 클로징을 해도 일본 만화로부터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했는데, 은 에 버금가는 오랜 여운을 남겨 주고 있다. 2주가 지나도 이 보여준 풍경과 인간상이 계속 밖으로 뻗어나가는 느낌이다. 자신의 정체를 폭로한 카스가, 일본에서 모방범죄를 야기한 문제의 컷 9권까지 봤을 때만해도 은 단순히 자신 안의 '변태'에 대한 만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에이코믹스에 '[500자 리뷰] 악의 꽃 9'을 쓸 때에도 주인공인 카스가 1인에 집중해 사춘기 시절의 좌충우돌 성장물이라 재단했었다. "만화 은 그런 사춘기 시절을 이야기한다. 욕망과 선악 앞..
신카이 마코토 (Shinkai Makoto, 新海誠)는 시인이다. 그의 작품은 우리네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정작 특별한 시간을 이야기 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하나의 배경. 오히려 배경처럼 보이는 공간들이 시간의 주인처럼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라본다.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시. 잘은 모르지만 모든 시는 어떤 사랑을 품고 있는 듯 하다. 은 구두공을 꿈꾸는 남학생과,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여선생의 이야기다. 부슬부슬 내리던 빗줄기가 폭우가 되어가는 시간 동안에 일어나는... 비는 그칠 듯 다시 내리고, 빗줄기는 세차게 부딪히며 산산히 부서져도 하염없이 쏟아진다. 우엉우엉 교복의 옷자락을 적시는 타인의 우산 누군가의 양복에 배어있는 나프탈렌 냄새 등으로 떠밀려오는 체온 얼굴로 세차게 부는 에어컨의 불..
'판과 디도'. 를 한 마디로 요약하라면 모두들 이렇게 요약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덧 20년도 훌쩍 넘겨버린 판타지의 고전을 다시 봤습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제 멋대로 마음속에 자리잡고 살아숨쉬던 멋진 캐릭터들을 다시 만났죠. 제가 만난 모든 모험의 시작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영웅을 꿈꾸는 초보 기사 '판', 파리스의 사제가 되어 돌아온 친구 '에트', 레일리라를 찾아 나선 드워프 '킴', 킴의 친구이자 끝없는 지의 수행자 마법사 '슬레인', 영원의 생명을 가진 하이엘프 '디드리트', 도둑 '우드처크'. 이들 6명의 모험이 주인공 판의 횟불(화염)과 함께 시작됩니다. 찬찬히 뜯어보면 캐릭터 하나하나가 매력덩어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닥 깊이는 없는 편입니다. (건질만한 대사나 선택지가 없죠 ;;) 오히려..
" 자네에게 있어 필승의 전략은 뭔가?" (국방위원장) " 그건, 먼저 적에 대해 적어도 여섯배의 병력을 갖추고 보급과 정비를 완전하게 하며, 사령관의 의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입니다. 승패라고 하는 것은 전장밖에서 정해지는 것입니다. 전술은 결국 전략의 완성을 기술적으로 도와주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략적 조건이 같다면 물론 군인의 능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다소의 능력차는 수량에 의해서 보충될 수 있습니다.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처음부터 그런 기적을 기대하고 전쟁을 시작한다면 전선에 나가는 사람은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 - 양 웬리 거의 20년만에 우연히 을 봤습니다. 소설과 만화로만 접했기 때문인지 애니메이션이 무척 낯설면서도 기분 좋은 흥분감을 주더군요. 양 웬리,..
#5. 모리미 사키 Saki Morimi 미사일은 떨어지지 않았지만(일본은) 미사일 이상의 데미지를 입었다.그래도고도 경제 성장도, 버블도 모르는 젊은이들에게자신들이 직면한 문제가 전 세계의 화제가 된다는 건처음 겪는 경험이었기에 불안해하는 한편당장 내일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기분조차 신선했다.아무도 직접 입에 담지 않았지만그 날 이후어렴풋이 느꼈던 답답함이어떤 종류의 기대감으로 바뀐 것이다. "꼭 컵라면 먹어야겠어?""느그들 방심하믄 금방 니트NEET 정신 까묵을 끼다." #6. 타키자와 아키라 Akira Takizawa " 돈 받는 연습하려구요.사람은 재미있어요.던을 내는 5살 짜리 꼬마애도 아는데받는 건 어른도 모를 때가 있거든요.그야 돈을 쓰는 게 머리 숙이고 받는 ..
결국 (2009)도 봤습니다. The power of 'School Food Punishment'! 작품평을 하자면 '유쾌한 깊이를 가진 상상력, 그 자체' ... 세상에 이런 애니메이션도 있군요. 모든 이야기에는 사건이 있습니다. 는 전쟁이었죠, 은 세레손(구세주) 게임입니다. 요는 자신에게 100억(엔)이 있다면 세상을 위해 이 돈을 어떻게 쓰느냐의 게임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후보자로 지명된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경험과 환경에 비추어 제각각 가치를 정하고 해법을 만들어 갑니다. 다만 우리의 주인공 타키자와만이 이상한 상태로 게임을 시작하죠. 모든 기억을 잃은 채로. #1. "사실은 가고 싶은 회사가 있었어" - 모리미 사키 Saki Morimi 주인공은 타키자와지만, 그를 문제의 핵심으로 이끈 것은 ..
#1. "우린 그저 살아가고 추락할 뿐이야." - 신주로 주인공 '유키 신지로'는 인간에 대해 기대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진실을 보았기 때문이죠. 바로 전쟁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때문에 인간의 영혼을 먹어야 하는 악마 '인가 因果'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단 인간을 죽이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이 둘이 도시에서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탐정'입니다. 기가 막힌 설정!! #2. "신주로... 내가 무엇을 물어야 하지?" - 인가 인간이라면 누구든 인가의 질문에 답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한 명의 인간에게는 단 하나의 질문만 던질 수 있죠. 인간을 죽일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가는 신주로의 추리력에 의존합니다. 그가 찾아낸 진실이 인간의 영혼을 뒤흔들기 때문이죠. 정말 환상적인 필살기 조합입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