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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10주. 겨우 10주가 흘렀을 뿐인데 내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내가, 만화를 그릴 수 있게 된 겁니다. 3개월 전쯤 서울 남산 애니메이션센터를 찾았습니다. 거기서 우연히 우리만화연대의 '단편만화반' 모집 전단지를 봤죠. 10주 과정에 25만원. 매주 목요일 저녁에 진행되는 게 조금 걸렸지만 비용 상 부담이 거의 없어서 몇 분 고민하고는 바로 전화로 등록을 했습니다. 당시 뭔가 그리는 것을 배우고 싶어서 한겨레문화센터나 일러스트 학원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너무나 매력적인 과정이었습니다. 그저 견문을 넓힌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첫 수업에 들어갔죠. 그런데 웬걸 수업의 목표는 10주 동안 자신만의 단편 만화를 완성하는 것. 그 때의 쇼크란... 올해 키워드 중 하나가 'Make'였기 ..
불과 몇 분의 영상만으로 완전 매료되어 버렸다. 카나리아 제도 '란사로테 Lanzarote' 섬의 '하메오스 델 아구아 Jameos del Agua'. 수 백개의 분화구 때문에 '달의 섬'으로 불리우는 Lanzarote 섬도, 용암이 바다에 만들었다는 수면 아래 해저 동굴 Jameos del Agua도... 죽기 전에 꼭 가봐야겠다. 가서, 만리케가 디자인했다는 천연 동굴 콘서트 홀에서 클래식 한 곡 들어야겄다. (모로코 마라케시--란사로테 섬) 그나저나 EBS '세계테마기행' 꽤 볼만했다.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보다 훨씬 몰입되는 느낌.
오랜만에 무작정 걸었습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인지, 아님 일요일 오전이어서인지 거리는 무척 한산했습니다. 두 개의 터널을 지나 효자동에 이르렀고 무척 인상적인 카페를 만났습니다. 구기동에서 청운동을 거쳐 효자동까지 가는 길에 눈길을 사로잡는 카페가 몇 개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이 곳이라니... 확실히 공간도 사람처럼 인연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 카페 COCOIN을 두드린 것은 지나가는 길에 무심코 눈에 들어온 액자들 때문이었습니다. 멀리서 보니 '만화' 같더군요. 많은 카페들이 '갤러리 카페'를 표방하며 그림이나 사진을 전시하지만 '만화'를 전시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어 기분 좋게 오늘의 첫 손님을 자처했습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박재동' 화백의 그림들이더군요. 사장님(?)께 연유를..
금주 '시사IN'을 통해 인상적인 두 개의 블로그를 만나게 됐습니다. 실리콘벨리 중심의 해외 IT 소식을 전하는 '테크니들(techNeedle)'과 세계/정치, 경제/경영, 과학/교육 분야의 외신 소식을 전하는 '뉴스페퍼민트(NewPeppermint)' techNeedle 두 블로그를 접하니 블로그를 비롯한 개인 미디어들이 나아갈 방향의 한 대칭점이 보다 선명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지향점은 '글로벌 경계인'으로서 자신이 속한 세계와 시대의 '변화'를 읽고 나눌 수 있는 미디어로서 블로그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번역이 아닙니다. 옥석을 가리는 눈썰미와 씹어먹기 좋은 사이즈로 다듬는 세련된 기술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뉴스페퍼민트'의 주제/수량/분량/시간에 대한 엄정한 약속은 정말이지 페..
이 금요일 아침, 바다를 듣지 못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간에, 집이나 사무실에 갇혀 있거나 공장이나 여자, 거리나 광산 또는 메마른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간에 나는 그에게 왔다, 그리고 말하거나 보지 않고 도착해서 그의 감옥문을 연다, 희미하나 뚜렷한 동요가 시작되고, 천둥의 긴 우르릉 소리가 이 행성의 무게와 거품에 스스로를 더하며, 바다의 신음하는 물흐름은 물결을 일으키고, 별은 그 광관光冠 속에서 급속히 진동하며, 바다는 파도치고, 꺼지고, 또 파도치기를 계속한다. 그리하여, 내 운명에 이끌려, 나는 바다의 비탄을 듣고 그걸 내 의식에 간직해야 하며, 거친 물의 굉음을 느끼고 그걸 영원한 잔에 모아, 그들이 수감되어 있는 데가 어디이든, 그들이 가을의 선고로 고통받는 데가 어디이든 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You are the apple of my eye (2011) 왜 차우의 대사를 듣고 대학시절 은사의 말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국가와 정의를 위해 일하거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시절 '영화와 정치' 강의 시간, 교수님은 우리에게 "진정한 정치를 하려면 영화를 만들어라."라고 말씀하셨었다. 미국 영화들로 권력분립, 민주주의, 현실주의, 리더십 등을 배워가던 그 시절, 난 교수님이 말씀하신 영화란 왝더독, 굿모닝 베트남, JFK 등 타입의 영화일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웬걸... 에서 범인으로 의심가는 친구 이름을 적어내라는 교관의 지시에 저항하는 차우의 모습에서, 뒤늦게 그 시절 교수님이 전하려했던 마음의 다른 한 면을 발견해버리고 말았다. 구파도 감독은 '인생에는..
전 기본적으로 진실과 용기를 강조하는 영화에 퍽 호의적인 편입니다. 영화 는 개봉 당시부터 찜해 두긴헸지만 워낙 메시지가 뻔할 것 같아 손이 가질 않았는데... 생각보다 여운이 맴도는 영화였습니다. #1. 용기를 가져야 하는 세대 "용기는 세대를 거듭하기도 한단다. 우리 집안을 자랑스럽게 해줘서 고맙다." 영화 는 인종차별에 대한 영화로 시작합니다. 이제는 너무나 당연해보이는 그 시대의 편견을 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결혼, 출산, 양육이라는 기대역할에 갇혀 있는 여성의 경우엔 세상과 맞서기도 전에 가족에게 발목 잡히는 것이 비일비재하죠. 그래서 영화의 가장 큰 울림은 주인공인 스키터의 엄마의 대사에 담겨있습니다. 미국에서 존경받는 여성이었던 엄마는 본인이 살아온 삶과 ..
It is useful to recall why patents exist. The system was established as a trade-off that provides a public benefit: the state agrees to grant a limited monopoly to an inventor in return for disclosing how the technology works. To qualify, an innovation must be novel, useful and non-obvious, which earns the inventor 20 years of exclusivity. “Design patents”, which cover appearances and are grante..
유아사 마사아키 Masaaki Yuasa 감독의 은 '거침없이 질주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어떻게 보면 폭력적이고 관능적이며, 어떻게 보면 뻔한 교훈을 이야기한다고 보일지 모르지만, 은 스스로를 그 무엇에도 가두지 않는다. 주인공도 '니시' 한 명만이 아니다. 불과 20살의 나이에 개죽음을 당하는 '니시'. 그는 전 여자친구 앞에서 오줌 지리고 볼쌍사나운 자세로, 할 말조차 다 뱉어내지 못한 채 죽는다. 신 앞에서 니시는 따져 묻는다. 도대체 왜 자기를 만들었냐고. 고작 이러자고 만든거냐고, 내 20년 인생은 도대체 뭐였냐고 다그쳐 묻는다. 하지만 신은 그의 죽음을 증명하고 조롱하고 동정하며 조용히 소멸할 것을 명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시작된다. 니시의 끝없는 질주가. #1. "나랑 결혼해줘~~" - 흔..
아무리 국내여행이라 해도 1박은 너무 짧고, 3박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어차피 돌아와야하는 회사원의 여행길이라면 2박 정도가 딱 적당하다. 낯설고 조금은 무서운 첫날, 모든게 새롭고 신기한 둘째날, 다시 만나는 모든 것이 정겹고 아쉬운 마지막 셋째날. 멋진 삼 박자. 올해 사진을 정리하다 2월 강원도 평창 진부 여행을 회상하고 있자니, 그날의 평온함을 어떻게든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 일어선다. 훗날을 기약하는 마음 반. 인연을 맺은 곳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반. 그저 그런 마음으로 적는다. #1. 정겹고 푸근한, '마들렌펜션' 평창 진부 '마들렌펜션' 무엇보다 여행이 좋았던 건 우리의 아지트 '마들렌 펜션'. 검색하다 마침 할인이벤트 행사가 있어 별생각없이 예약했는데, 막상 이용해보니 그것만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