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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그냥 막 걷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가끔은 미친듯이 달리고 싶은 날도 있죠. 마침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할 길이 없어 '한강'을 향했습니다. 돌아보면 한강은 제게 참 많은 위로를 건넸습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흐리멍텅하고 무기력했던 시절, 햇살을 받으며 한강을 걷는 것만으로도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밤은 밤의 방식대로 강내음, 풀내음으로 텅 빈 가슴을 차분하게 채워주었죠. 그 길 위에서 문득 생각이 나는 친구가 있으면 뜬금없이 전화를 걸기도 했고, 낮에는 도시락 밤에는 캔맥주 하나 손에 들고 이런저런 고민과 꿈을 나누었습니다. 찰랑찰랑 거리는 물결 소리에 귀기울이며. 그런데 오늘은 돌아오는 길에 음악소리에 맞춰 구르는 젬베 소리를 만났습니다..
Categorizing always produces reduction in true complexity. It is a manifestation of the Black Swan generator, that unshakable Platonicity that I defined in the Prologue. Any reduction of the world around us can have explosive consequences since it rules out some sources of uncertainty; it drives us to a misunderstanding of the fabric of the world. - , Nassim Nicholas Taleb, 2007, Random House, p..
온오프믹스(ONOFFMIX)에서 알게 된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지도 벌써 3주째. 처음엔 "호오... 정말 가능할까?"하고 덥썩 물었다가, 구루피플스(GURU People's)란 회사의 정체에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활동이었는데, 이제는 어느덧 매주 화요일 저녁을 손꼽아 기다리는 열혈 1인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1. 첫 모임은 유쾌한 구루피플스 김익성 팀장님의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됐습니다. 10명 내외의 참가자들이 서로를 소개하고, 각자가 모임을 통해 기대하는 바를 밝힙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단순히 소비하는 삶이 지겹네요, 가능하다면 직접 뭔가 만들어 보는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말이죠. 풋내기가 거창했네요 ㅋ 김익성 팀장님에 이어 게임 컨설턴트(?) 김형철 ..
"As I gaze out of the window at a particularly lofty cloud that’s passing in the distance, I can’t help wondering. Maybe some microbes have evolved to get themselves into the air, and make clouds, altering the atmosphere in the process. We don’t know yet. But just as corals build land, and microbes and earthworms make soil, perhaps this is another example of the many ways in which life sculpts o..
누구나 여행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주제'나 '목적'이 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전국 명산을 찾아오르는 사람, 큰나무를 찾아 떠나는 사람, 전세계 코끼리를 수집하는 사람, 전세계 동화책을 모으는 사람... 제가 아는 별난 여행자는 이 정도네요. 그리고 여기에 더해 오늘 소개할 사람은 미국 전역의 가장 많은 종류의 새를 발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일년동안 동안 몇 종류의 새를 볼 수 있을까요? 100? 300? 무려 700 종 이상이라고 합니다. 미국에는 매년 1/1, 한 해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새 발견을 목표로 하는 'The Big Year' 대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영화 (2011, David Frankel)는 일년을 자신의 'The Big Year'로 만..
벌써 1년도 더 됐네요. 작년 2월, 아트선재센터 '망가: 일본만화의 새로운 표현' 기획전에서 쿄 마치코 Kyo Machiko의 를 알게 된지도... 선선하고 한가로운 날이면 그녀의 시선과 감성들이 문득문득 목 아래까지 차오르곤 합니다. 오랜만에 그녀의 블로그를 방문하고 여전한 센넨화보 작품들을 접하니, 문득 따스함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이미 천 장의 화보를 그려버린 그녀는 어디를 향해 계속 걸어가고 있는걸까요? 투표 말고는 할 게 없는 오늘은 유난히도 지루하네요. 지루해서 만화라도 그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우엉우엉. 여보세요 (もしもし) 라무네 (9つのラムネ) 또하나의 표지 (もうひとつの表紙) 베개 (枕) 편지 (山形からの手紙) Weather Report 음악 (Ongaku) 야행의창 (夜行..
어제는 4시간 연속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을 보았습니다. 작년 채널 ANIPLUS OST 코너에서 우연히 주제가를 듣고 줄곧 기회만 노려오다가 휴가를 틈타 뚝딱 해치웠죠. 울컥 치고 올라오는 감정을 추스리기 어려운 순간이 제법 많았던 수작이었습니다. 총 11화의 은 제가 유년 시절 푸욱 빠져있었던 일본 애니의 어떤 지점과 재회하게 해주었습니다. 일본 애니 특유의 '이별을 대하는 자세'... 두번 없을 그 순간을 위해 울고불고 모든 에너지를 방출하는 거친 방식이 아니라, 마치 아무일 아니라는 듯 함께 한 여행 즐거웠다는 듯 담담하고 정제된 미소를 머금은 이별 말입니다. 하다 못해 전학부터해서 워낙 어린시절부터 이런저런 이별을 많이 경험한 탓인지 '이별'이란 그렇게 낯선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
비즈니스 출장으로 필리핀 마닐라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출장이라는게 그닥 공유할만한 내용은 없는 편인데, 마닐라는 특별히도 이런저런 생각들을 선물해 주더군요. 오늘의 이야기는 필리핀 경제산업, 마닐라 젊은 친구들, 그리고 샹그릴라 호텔에 관한 짧은 단상입니다. 1. 필리핀에 대한 인상은 입국 신고서에서 출발합니다. 입국 신고서 하단에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국인 입국 이유에 대한 항목이 있었습니다. 입국 수속 절차시에도 내국인들은 2~3개의 창구에 길게 줄서서 한참을 기다려야만 합니다. 출국 시에도 절차는 동일합니다. 때로는 자리를 깔고 긴 면담을 갖는 풍경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7천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은 서비스 산업이 산업구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입니다. (2009년 기준, 서비..
1. 바야흐로 '기업가'의 시대입니다. 환경, 보건, 교육,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기업가 정신이 적용되고 있으며 또한 요청되고 있습니다. 기업가란 단순히 자본을 창출하는 경영능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기업가란 '기회로 전환될 수 있는 문제를 찾기 위해 항상 깨어있으며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창의적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며 이는 삶을 확장하고 설계하는 능력과 맞닿아 있습니다. 저 또한 인도 여행 이후, 늘 기업가의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5년 전 뉴델리에서 여행을 막 시작할 무렵, 하루에 한 번은 '에베레스트 카페 Cafe Everest'란 곳을 찾아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처음엔 비좁고 가격대도 착한 편이 아니라 좋은 인상은 아니었지만, 문 밖으로 퍼져나오는 진한 시나몬 향의 유혹을 좀..
자신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글은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 법인가 봅니다. 오늘은 모든 것의 시작에 대해 짧게 끄적일까 합니다. 1. 작년 말, 문득 30대의 제 자신이 몹시 슬펐습니다. 수많은 질문 끝에 얻은 직업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부모님도 건강하신데... 알 수 없는 근원적인 슬픔 같은게 썰물처럼 밀려왔습니다. 그 슬픔이 제게 이렇게 묻는거 같았습니다. "너를 설레이게 하는 건 뭐니?" "......" 아주 곤란한 질문이었습니다. 30대는 '독립'에 올인하겠다고 다짐했던 제 자신이 카운터펀치를 먹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대답할 수 없었던 자신이 서글펐습니다. 당시 제게 작은 즐거움이 있었다면 파울로 코엘료의 를 필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요일 카페에 앉아 카푸치노 한 잔에 ..